[인터뷰] 전통과 현대의 사이에서 찻그릇을 만들다, 백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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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출시를 기념해 찻그릇을 만드는 요장 '백암요'의 이정은 작가님과 박승일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한국의 두 현대작가가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에 대해 질문과 답을 반복하는 과정은,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줍니다.  




Q. 주로 차와 관련된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는 찻그릇을 만들기 전에 차를 먼저 좋아했었습니다. 차와의 인연이 더 깊은 것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차와 관련 된 그릇을 만들게 되었구요, 남편의 경우는 첫 직장이 찻그릇 만드는 곳이라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의 경우는 흔한 믹스커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두 잔쯤 마시지 않는 사람이 없던 시절에 그것을 대신할 마실 거리가 필요했었는데 그것이 차였고 그런 과정들이 모여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듯합니다.

 

 

 


Q. 백암요의 주요 작품들은 우리 역사 중 어느 시대 어떤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았나요? 

 

차를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 백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백자로 대표되는 시기가 우리에게는 조선시대입니다. 그래서 조선 백자에 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조선시대 백자의 생산을 보면 나라에서 관리하는 관요와 민간에서 생산이 되는 민요의 작품으로 크게 나눌 수가 있겠습니다. 직업적인 습관이, 예술품을 감상할 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제작 과정에 관한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 가운데 기술적인 완성도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조선 관요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편입니다.

 

  

Q. 이정은 작가는 중국 경덕진으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한국이 아닌 중국 경덕진에서 그림을 배운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가요?

 

중국과 일본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술과 기법들이 있습니다. 양난과 쇄국정책, 백색을 숭상하던 조선 유교 문화의 영향 등으로 명맥이 끊어져 전수가 되지 못 한 기법이나 받아들여지지 못 했던 기법들을 발생지인 경덕진에서 다양하게 배우고 싶었습니다.

 

 



Q. 작가로서 중국이 부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는 꾸준히 이어진 그들 기술(기법)의 역사입니다. 탄탄한 역사적 기반은 창작에 있어 안정감과 자존감의 바탕이 되면서 새로운 시도의 좋은 거름이 되기도 하지 싶습니다. *두 번째는 소장 가치로서의 도자기의 위상입니다. 소장가치를 달리 표현한다면 투자의 가치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나라의 도자기는 투자의 목적으로 본다면 골동품 정도에 국한되어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치의 인정은 작가가 작품에 쏟게 되는 정성의 한계를 무한히 열어주게 되는데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 못 한 상황입니다.

 


Q. 중국에서 배웠지만 한국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점은 무엇인가요?


DNA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쳐 중국을 통한, 그들을 모방하려는 경향이 주도적이었는데요 그 가운데에서 우리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화가 바로 '민족' 혹은 '민족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세기를 거쳐 보고 자란, 듣고 말하고 숨 쉬어 왔던 모든 것들이 세포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쌓여 이어져 온 것. 모방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미묘한 차이들. 저는 그것을 DNA에 새겨진 민족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경덕진에서 지극히 경덕진스러운 기물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그것들에서 기술적 존경심은 가져졌으나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더군요. 그랬기 때문에 그곳에서 배운 그들 풍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Q. 서양인을 만나 중국· 일본 도자기가 아니라 한국의 도자기를 쓰라고 설득한다면 어떤 점을 꼭 말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주장하자고 하니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를 확고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분명한 답을 찾지 못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조선의 청화백자를 외국인들에게 권한다면 그 시절의 그것은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조선의 분청은 과연 정답일까요? 단지 중국과 일본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시대와 민족을 초월할 수 있는 것. 그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만든 것을 권하는 것이 작가적 양심이지는 않을까요?

 

 

Q. 타인이 아니라 부부가 힘을 합쳐 작품의 몸통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조선의 관요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그 시대에는 철저하게 분업화가 이루어졌었습니다. 각 분야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그릇을 만들어냈는데요, 경덕진의 경우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것이 반드시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문성에 있어서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분명할 듯합니다.

 


 

Q. 현대의 작가이지만 전통을 잇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이정은 작가 : 박물관을 몹시 좋아합니다. 그곳에는 무수한 질문과 답이 함께 존재하는데요, 보고 또 보아도 답과 질문은 늘 새로이 생겨납니다. 참고서이면서 문제집인 샘이죠. 새로운 그림을 기획할 때 그 속에서 힌트를 구합니다.

- 박승일 작가 : 개인적으로 다완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그 옛날 우리가 만들었으나 우리에게서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예술품이 된 다완은 후손 된 사람의 입장에서 반드시 재현해 내고 싶은 분야입니다.

 

 

Q. 백암요의 작품에 담고 있는 현대적인 감성은 어떤 것인가요?

 

새로운 형태나 그림을 기획할 때면 종종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 옛도자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면 다음으로 현대성을 부여하게 되는데요, 현대인의 찻자리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을 하고, 들어갈 문양을 손을 봅니다. 이를테면, 외관의 크기를 조절하고 그림에도 변화를 줍니다. 물론 모두가 같은 과정을 거치지는 않습니다. 그림에 있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제 찻자리에 쓰고 싶은' 기물이 기준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나 생각들을 찻그릇 속으로 옮기는 것인데요, 여기에 전통성이나 현대성 같은 규정은 배제가 됩니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담게 되는 것이죠. 제가 현대인이니 이건 자연스럽게 현대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남편의 경우는 불편한 것은 무조건 싫어합니다. ‘심미적’보다는 ‘실용적’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또한 자연스럽게 현대적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Q. 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힘이 빠졌을 때는 언제였나요?

 

예전에는 가마 불 앞에서 가장 크게 좌절을 했었습니다.

불 만큼은 정말 마음대로 되지가 않더라구요. 한 가마를 망치게 되면 짧게는 서너 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데요, 이제는 불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고 실패에 대한 뱃심도 자라서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가마 앞에서 주저앉고는 합니다.

 

 

Q. 두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 도예가들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한국의 한국산 찻그릇 시장은 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값싼 외국의 도자기들'과 '값비싼 외국의 도자기들' 사이에서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애국심에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겠는데요, 자신의 세계를 자신만의 색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이고 또한 가장 쉬운 답인 듯합니다.

 

 

 

Q.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잃어버린 우리만의 차와 도자기 문화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는 남겨진 자료나 근거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부족한 근거를 앞에 두고 분쟁을 끌고 가기보다는 적게나마 남아 있는 전통을 공고히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해내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합니다.

너무 고루한 이야기인가요? 모든 역사에는 시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질적이고 생경했을 그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통성과 현대성이라는 두 가지의 끈을 함께 바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쟁과 비난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문화란 깊이와 넓이를 함께 가질 때 진정한 뿌리를 내리게 되고 시대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필요한 시기 역시 지금이라고 봅니다.그러니 지금의 우리는 몹시 부지런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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